Get Well Soon, Aaron Rasmey! Get Well Soon, Aaron Rasmey!





오늘은 기분이 진짜 좋은 하루였다.
시원하고 또 시원하고, 시원하게 비가 왔다.
빗소리를 들으며 먹은 오징어 짬뽕도 진짜 맛있었고
자스민차도 쵝오로 향기로웠다.
내리는 비를 보며 우아하게 집에 왔고
만화책에 낄낄대며 나쵸칩도 한봉지 비웠다.
그랬다.

우리동네는 시장이다.
시장 한복판. 그 속에 숨어있는 우리집.
밤이 되고 모든 불이 꺼지고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도 우린 그 속에 있다.
그래도 우린 이곳을 좋아한다. 사람사는 곳..
다양한 인생이 있고 아픔도 기쁨도 서로 함께한다.


파지 줍는 할머니가 계시다.
집도 있고 남편도 있고 자식도 있지만,
파지를 줍고 나물을 팔고, 길에서 주은 고양이를 기른다.
할머니 남편인 할아버지는 365일 취해 있다. 할머니가 파지를 주워 판 돈으로 술을 마신다.
큰아들은 바람나서 도망간 아내를 찾아다니다가 분신자살을 했다. 시장 한복판에서...
작은아들은 할머니에게 집문서를 달래려 가끔 찾아온다. 며느리도 온다. 역시 집달라고.
 
손녀와 손자를 기르시는 할머니가 있다.
아들은 아이들만 맡기고 행방불명이 됐고
며느리는 아이들을 데려갔다가 다시 버리고 재혼을 했단다.
그리고 손녀는 중학생이 되자 가출을 했다.
착한 손자는 할머니와 장사를 하고 심부름을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인사성이 밝다.

파지할머니가 사고가 나서 입원을 하셨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여전히 술에 취해 길거리 어딘가 고꾸라져 계신다.
아들도 오질 않아 엄마랑 시장분들이 교대를 하신다고 한다.
할머니 고양이들은 우리집에 와있다.
 
착한 손자와 할머니는 결국 집세를 내지 못해 길거리로 쫓겨날 판이었다.
집주인 아줌마도 형편이 안 좋긴 마찬가지다. 아무도 아주머니를 손가락질 할 수 없다.
골목끝 비어있는 단칸방으로 이사를 한다고 했다.
거긴 의처증이 심한 남편이 아내를 때려서 결국 죽여버린 그 집이다. 아무도 이사들지 않는 곳.
동생이랑 쓰지 않는 컴퓨터를 가져다 주고 왔다. 아직도 밝게 웃는 아이가 너무 예뻤다.
예쁘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언제나 웃는 아이.

엄마가게는 옷집아줌마랑 빵집아줌마가 번갈아 가며 봐주셨고 엄마는 오늘도 동분서주..
누군가 왔다가 떠나고 머물고 하는 이곳 시장에서 벌써 30여년째 살고 있는 우리집.
앞집 분식집 큰아들이 제대를 하고 골목집 아저씨가 승진턱을 내고 과일집언니가 돌떡을 돌렸다.


오늘은... 그래도 기분이 좋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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