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 Well Soon, Aaron Rasmey! Get Well Soon, Aaron Rasmey!


아마도,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부터 나는 미술콤플렉스에 시달렸던 듯 합니다.
엄마는 "우리동네에 미술학원만 없었어. 그래서 그래"라며 말도 안되는 소리로 날 위로해줬지만 나는 안다. 우리집안 유전자엔 수학이 없듯이, 미술도 없음을...
(동생님을 보라! 미술학원을 2년을 댕겼지만 그릴줄 아시는건, 그네와 미끄럼틀, 집과 나무뿐이었다)

고딩때도,
미술쌤이 예를 보여주실때마다 내 스케치북을 가져 가셔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어요.
친구들도 미술시간만 되면 하얗게 질리거나, 어쩔줄 몰라하는 내가 불쌍했던 거겠죠. ㅠ
(언제나 내 그림의 80% 이상은 선생님의 손길이.....)미술..특히, 그림은 내 평생 콤플렉스...
빛이 들어오는 곳이 당췌 어딘가 말이다!!!! OTL....

당연히 한없이 나를 작아지게 만드는 미술은 언제나 외면, 반사, 모르쇠일관이었습니다.
게다가, 아무런 감흥이 없는 앤디 워홀과 피카소의 대단함을 사실,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규..

그런데 어느날 우연히 누구의 그림인지도 모르는 그림을 보게 됐어요.
그날의 떨림은 잊을 수 없습니다.
도서관에서 친구가 보여준 고흐의 작품집. '고흐'.. 화가의 이름은 '고흐'였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THE STARRY NIGHT, 1889


그 순간부터 '고흐'는 내가 좋아하는 화가였어요. 아를의 침대라던지, 해바라기, 고흐의 방, 밤의 카페테라스... 다른 그의 그림들도 나는 참, 좋았으니까요.
휘트먼의 시를 읽고 휘트먼에게 강하게 동화되어 정확한 목표의식을 지니고 이 그림을 그렸다고 '고흐'는 얘기했다고 합니다. (휘트먼이라니...'고흐'를 만나러 그 세계로 가고 싶었어요..)
고흐가 살아생전 취급도 받지 못한 화가였다거나, 그의 인생이 쓰레기 같았다거나,
그가 미쳤다거나, 그는 일그러진 사람이었다거나 하는 이야기들은 내 귀를 닫게하고, 눈을 멀게 했습니다. 꿈꾸는 나를 인도하는 그의 그림은 이미 내게는 안식처, 그  이상이니까요.
"늙어서 죽는다는 건, 별까지 걸어간다는 것...."  마음이 아팠어요.
그리고 '고흐'에게 '테오'가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흔들림 없이 감정과 완전히 일체를 이루는 붓놀림을 구사하는 것은 감정을 실어 음악을 연주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야.                                            -1888년 9월


작약이 자넹의 꽃이고 접시꽃이 코스트의 꽃이라면 해바라기는 나의 꽃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니?
  -1889년 1월



일부러 검은색으로 바탕을 칠했어. 나는 이번 작업에서 사물이 자연스러운 배경 위에서는 그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 차라리 인공적인 배경 위에서 더 잘 드러난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단다. 하지만 '살아 있는' 둥지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다르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둥지 자체는 보지 않고 새만 보니깐 말이야.              -1885년 10월



색이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도 색의 법칙은 말할 수 없을 만큼 멋진 것이란다. 요즘 사람들은 더 이상 동화 같은 기적을 믿지 않고, 또 더 이상 이것에서 저것으로 이유도 없이 당신 마음대로 훌쩍훌쩍 옮겨 다니는 신을 믿지 않지. 대신 자연을 존중하고 찬양하며 믿게 되었어. 나는 타고난 천재라든지 영감에 의한 착상 같은, 구식이라 할 수 있는 관념들도 그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있단다.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그것들이 폐기되어야만 하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하지만 다시 한 번 고려하고 유효한 것으로 증명하고 수정하는 과정은 필요하겠지. 하지만 말이야, 천재의 존재나 천부적인 재능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론이나 다른 사람의 지도가 전혀 쓸모없다는 생각에는 분명히 반대한단다.   -1884년 6월


이번에 네가 다녀간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이었는지 말해주고 싶어서 급히 편지를 쓴다. 꽤 오랫동안 만나지도, 예전처럼 편지를 띄우지도 못했지. 죽은 듯 무심하게 지내는 것보다 이렇게 가깝게 지내는 게 얼마냐 좋으냐. 정말죽게 될 때까지는 말이다. ... 우리가 살아가야 할 이유를 알게 되고, 자신이 무의미하고 소모적인 존재가 아니라 무언가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존재임을 깨닫게 되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사랑을 느낄 때인 것 같다. -1879년 8월


이 사랑이 시작될 때부터, 내 존재를 주저 없이 내던지지 않는다면 아무런 승산도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사실 그렇게 나를 던진다 해도 승산은 아주 희박하지. 사랑에 빠질 때 그것을 이룰 가능성을 미리 헤아려야 하는 걸까? 이 문제를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그래서는 안 되겠지. 어떤 계산도 있을 수 없지. 우리는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거니까.  -1881년 11월


너의 짐이 조금이라도 가벼워지기를, 될 수 있으면 아주 많이 가벼워지기를 바란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에겐 우리가 써버린 돈을 다시 벌 수 있는 다른 수단이 전혀 없다.
그림이 팔리지 않는 걸...
그러나 언젠가는 내 그림이 물감값과 생활비보다 더 많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걸 다른 사람도 알게 될 날이 올 것이다. 지금 원하는 건 빚을 지지 않는 것이다.  -1888년 10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지금 바로 나를 정신병원에 가둬버리든지 아니면 온 힘을 다해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내버려다오. 내가 미치지 않았다면, 그림을 시작할 때부터 약속해온 그림을 너에게 보낼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나중에는 하나의 연작으로 보여야 할 그림이 여기저기 흩어지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 해도, 너 하나만이라도 내가 원하는 전체 그림을 보게 된다면, 그래서 그 그림 속에서 마음을 달래주는 느낌을 받게 된다면... 나를 먹여 살리느라 너는 늘 가난하게 지냈겠지. 돈은 꼭 갚겠다. 안 되면 내 영혼을 주겠다.                      -1889년 1월



고흐의 영혼의 편지 중에서,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 중 몇 귀절을 일기장에 담아놨었어요.
언젠가는... 고흐의 그림을 보고 싶습니다.
세세하게, 그가 어떻게 그렸으며, 어떤 색을 섞었는지, 그가 썼던 기름냄새가 남아있는지,
내가 보고 있고 알고 있는 저 그림이 정말 '고흐'의 그것인지도 궁금하고 말이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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