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 Well Soon, Aaron Rasmey! Get Well Soon, Aaron Rasmey!

달팽이 식당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오가와 이토 (북폴리오, 2010년)
상세보기

작년에 일본에 있는 친구가 재밌게 읽었다며 얘기해줬던 책인데 드디어 국역본이 나왔길래 얼릉 읽었다.
요즘 일본소설을 일부러 멀리하고 있던 참인데 이거야 원 ㅋㅋㅋ 그럴수가 없네! 크앙! 
워낙 쉽게 접할수 있기 때문인지 의식하지 못한 사이 일본문학쪽으로 편향된 독서습관이 생긴거 같아;
스페인, 남미문학으로 골라 읽고 있는 중. 사폰의 소설을 읽기 시작했는데 무척 재밌다 +ㅁ+

순식간에 읽어버린 <달팽이식당>은 참 뭐랄까 내 로망을 한껏 충족시켜준 소설이었다.
책 홍보에 바나나의 '키친'을 언급하던데 난 영화<카모메식당>이 생각나더라. 상황이나 스토리는 전혀
다르지만 어딘가 닮아있는 스멜이-ㅁ- 느껴졌다. 
일본엔 후랑스요리나 인도요리가 굉장히 보편적이라 작은 레스토랑, 전문점이 무척 많고 가정식에도 
꽤 다양한 레시피가 있을 정도. 그래서인지 마트에서도 각종 식재료를 구입할 수 있더라. 
여튼 일드나 영화 소설 만화책 등 다양하게 요리 관련 주제를 접할 수 있는 일본이라 그런지 이 책에서도
위화감이 든다거나 현실적이지 않은 식재료, 레시피가 등장하진 않는다. 되려 상세하고 맛깔나는 묘사에
당장이라도 후라이팬을 휘두르며 요리를 하고 싶게 만든달까 ㅎㅎ 
요시나가 후미 성생의 <어제 뭐 먹었어?>를 읽으면서 느낀 충동과 매한가지=ㅁ= 
(만화책 보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브로콜리 잔뜩 넣은 마늘스파게티를 해 먹었더랬지...) 

어느정도 나이가 들면 작은 빵집 혹은 카페를 열고 싶다는 생각을 대학 졸업무렵부터 줄곧 했었더랬다.
그래서 일부러 빵집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베이커리 쿠킹을 배우고 레시피도 얻었다. 커피 마시지도 못
하는데 커피 드립도 배우고 에스프레소 머신 작동법도 배우고 뭐 그랬다. 패스트푸드점, 이탈리안 레스
토랑, 수제 피자집.. 모두 지금 생각해보면 하나도 아깝지 않은 시간들이다. 난 피자도 스파게티도 아주
맛있게 만들 자신이 있고 샌드위치도 빵의 종류마다 다르게 만들 줄 안다. 바삭바삭한 튀김도; 

그러다 <카모메식당>을 보고 조금 생각이 바뀌었다. 나만의 작은 '레스토랑'을 해보면 어떨가... 하는,
원래부터 일본 가정식에 관심이 많기도 했고 화려하고 푸짐한 한식을 1인 가정식으로 만들면 좋겠다..
하는 마음도 있었는데 딱 카모메식당이 그랬다. 식당 인테리어부터 내 맘에 쏙 들었더랬지..

그리고 <달팽이식당>을 읽으면서 아 그래, 그렇지! 하는 생각에 이마를 탁 쳤다.
링고의 할머니와 똑 닮은 우리 할머니(물논 링고 엄마랑 우리 박여사는 전혀 다름)가 계시단 걸.
우리집에선 메주콩을 삶아서 아랫목에 몇번이고 돌려가며 띄운 메주로 간장을 담고 고추장을 담갔다.
집된장이 유독 맛있는 이유는 들어간 정성때문이다. 하루에도 몇번이나 장독대를 오가며 햇살을 가득
항아리에 담아 열고 닫기를 수없이 반복해야 한다. 간장 발효를 위해 숯이며 짚을 얻으러 할머니를
따라다니던 기억도 난다. 마당에서 키우던 야채들, 옥상에 말리던 무말랭이며 시래기,고추,곶감,호박.. 
어느 새 할머니와 엄마가 해주던 국,찌개며 밑반찬을 만들고 있는 내가 있었다. 연근 조림이며 감자조림
멸치볶음, 시금치나물, 고춧잎무침, 집된장깻잎무침, 찐깻잎, 자반조림, 무나물, 생선구이,계란찜,,

누가 붙잡고 가르쳐줄수 없는 학원에서도 배울 수 없는 할머니와 엄마의 손 맛을 배우고 있었다.
잡채나 갈비찜, 잔치 음식은 물론이고 배추김치, 싱싱한 겉절이, 새콤한 나박김치, 총각김치, 백김치..
엄마는 나를 식순이로 낳았냐며 울부짖던 날들이 내심 죄송하다 ㅋㅋㅋㅋㅋㅋ 어머니 ㅠ ㅠ

언젠가 나도...작고 소박한 나만의 '식당'을 가지고 싶다, 며 오늘도 열심히 하이라이스를 만들었다-_-;
링고처럼 나도 고향에, 이 곳에 만들고 싶다. 싸고 맛있고 풍부하고 훌륭한 온갖 재료가 모두 모여있으니까<-
다만 한 가지 다른 점은, 오직 한 분만을 위한 식사가 아니라 아무나 아무때나 따뜻한 식사를 할 수 있는 곳;
사람은 심신이 메마르고 허기지면 성이 나기 마련이라 일단 배를 채우면 기분이 좋아질테니 말이다. 흐흐-

여튼 <달팽이식당>도 <카모메식당>처럼 영화로 만들어졌다니 봐야겠다 +ㅁ+
평이 그닥 좋지 않고 흥행도 저조하대서 기대감은 낮아졌지만 뭐 언제는 일본영화 그런거 생각하고 봤냐며ㅋㅋ
오기가미 나오코 스타일의 슬로우 무비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어쩔수 없지만서도.. (...)






(+)
자장면 먹을래요, 짬뽕 먹을래요? 하고 물어도 대답이 없어서 쳐다보니 또 빤히 바라보고만 있다. 또 저런다.
요 며칠 '오빠'에 이상한 집착을 보이고 있는데 그게 또 놀리는 재미가 있어서 버티고 있는 입장이랄까(풉) 
역시 난 도S.
그렇게 듣고 싶으면 소시 노래나 들으랬더니 썩소를-_-날리며 볶음밥을 시킨다-_-짬뽕먹지-_-쳇.

외할머니께서 보내주신 새송이버섯이 아주 크고 탱탱하고 맛이 좋아서 이것저것 버섯요리를 해먹었다.
자기도 먹고 싶다길래 뭘 해줄까 하다가 닭가슴살을 간장소스에 재워서 새송이닭고기꼬치전을 해줬다. 
근데 그걸 냅다 커피숍에서 먹어치우다니-_-점심 때 밥이랑 먹으라고 했잖아!!!!!!!!!!! @%$@#$%#$% 

스포쓰덕후로서 정진하는 진지한 자세의 나를 나름 잘 이해해주고 있길래 기특했는데 다른데서 터졌다.
영화 혼자 보러가는 걸 도저히 이해하질 못한다. 하지만 어쩌랴. 나란 여자, 그런 여자인 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