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 Well Soon, Aaron Rasmey! Get Well Soon, Aaron Rasmey!


아마도 스포충만...그리고 두서없다.





봉감독님 말씀대로, 뜨거운 영화다. 너무나 너무나 마음에 든 오프닝-엔딩, 김혜자성생님의 원맨쇼급 연기.
매순간 아들을 좇는 눈, 헤매이는 눈, 부릅뜨는 눈, 말갛게 뿌연 눈, 눈빛 하나에 천가지 말이 담겨있더라. 
영화를 백만개이상 푸쉬업 시켜준 음악. 이병우 음악감독님 당신은 누구십니까... 닥치고 OST!

벌써 언제부터였던가.. 이 영화를 기다리기 시작한지가.. 그 엄청난 기다림 속에 고작 1분여의 예고편을 마주한게
전부였다.  '엄마의 광기 어린 사랑'  영화 카피에 모든 것이 들어있었다. 내심 아쉽기도 하다.
진구의 존재, 뒤로 묶여진 손, 장례식장에서 무심하게 엄마에게 싸닥션을 날린 여자,,,,,,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중에도 무언가 더 있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은 어떤 텁텁한 기분이 극장을 나서면서도 가셔지지 않았다. 

지금 제일 궁금한 것은, 과연 도준이는 어떤 놈인가... 하는거다. 마지막 원빈의 그 표정이 내내 잊혀지지 않는다.
예고편에서 정신지체임을 믿어 의심치 않게 하더니; 영화 속 도준은 다소의 지적 장애를 지니고 '바보'라 불리울 
법도 하고 모자랐지만, 여자 좋아하는; 멀쩡한 스물 여덟의 청년이었다.
비록 '바보'라는 소리만 들으면 회까닥 하는듯 사람에게 덤벼들기는 하지만 아주 순수하고 순진하고 맑다.

역시나 봉감독, 봉테일의 영화답게 엄청난 디테일, 긴장감, 속도, 롱테이크, 보는 이를 압박하는 진행; 어쩜 그리
무심하게 어린애 손에 박하스 병을 쥐어서 장면 사이에 껴놨는지; 나중에 느껴지는 오싹함의 극대화. 예를 들면,
작두로 약재를 써는 엄마를 보여주면서 관객이 자연스레 떠오르는 생각으로 숨죽이게 하고; 스스로가 분위기에 
압도당해 일어나지도 않은 것을 상상하며 잔인하고 공포스러운 숨소리를 뿜어내게 하지만 엄마는 그저 손가락만
슬쩍 다치고, 이 후에 또 다시 작두가 등장했을땐 엄마가 자해를 하지 않을까 싶지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감독이 의도하는 사회풍자-무능하고 뻔뻔한 공권력, 가진 자와 도움을 주어야 하는 자, 도와줄수 있는 자의 태만.
군에서 제일가는 변호사는 공짜 석짜 호짜 公石호라는 이름으로 거드름을 피우지만 어차피 원하는 건 돈. 룸살롱
에서 겨우 엉덩이 붙이고 앉아계신데 사법연수원 동기라는 검사나부랭이는 면상조차 나오지 않고 엎어져 계신다.


'농촌스릴러'라는 장르를 만들어 낸 봉준호 감독의 '마더'는 어느 시골 읍내 약재상에서 일하며 아들과 단 둘이 사는 엄마와 그녀의 아들, 도준의 이야기다. 도준은 나이답지 않게 제 앞가림을 못 하고 어수룩하여 자잘한 사고를 치고 
다니며 엄마의 애간장을 태운다. 그런 도준을 끌고 다니며 아무렇지않게 덮어씌우길 일삼는 친구, 백수양아치 진태.

 어느 날 한 여고생이 살해 당하고 현장에서 발견된 도준의 이름이 써진 골프공 하나로 도준이 범인으로 몰린다. 
아들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는 엄마. 하지만 경찰은 서둘러 사건을 종결 짓고(담당 형사는 엄마를 어머니라 부를
정도로 허물없는 사이로 도준이가 범인이아닐지도 모른다 생각하지만 엄마에게 이미 끝난 사건이라 얘기해 버린다)
거드름 피우며 무능한 변호사는 돈만 밝힌다. 결국 아들을 구하기 위해 믿을 사람 하나 없이 범인을 찾아나선 엄마. 도준의 혐의가 굳어져 갈수록 엄마 또한 절박해져만 간다. 엄마의 모성애와 죄책감은 집착과 일맥상통하고 집착은 
광기어린 사랑과 이 세상에서 아들을 보호할 사람은 자신뿐이라는 강박관념에 결국 뒤틀린 결과로 치닫는다. 

영화 초반부터 감독은 진구를 범인이라 여기게 분위기를 조성한다. 다소 지친듯 무심한 그의 표정. 도준을 다루는
솜씨, 골프채를 던져놓는 그의 행동 하나도 놓치면 안된다. (봉감독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그의 영화는 참으로 피곤하다. 배우의 행동 하나, 대사 한 마디, 소품 하나, 장면 하나, 스쳐가는 인물들도 놓쳐서
는 안되기 때문이다. 이건 마치 심리 스릴러 호러물을 볼때의 피곤함인데, 영화 내내 느껴야 하는 그 기분이란...)

역시나 엄마를 따라서 관객은 자연스레 진구에게 시선이 이동된다. 그의 집으로 숨어들어간 엄마의 시선을 따라서
진태가 읽는 책이 보여지고 음악과 함께 커텐 뒤 옷장에 무언가가 있음을 보여주면서 심증은 굳어가지만 결과는...
그렇다고 해도, 진태에 대한 의심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다. 감독이 그렇게 놔주질 않으니까 ㅎㅎ 봉감독의 영화엔
항시 억수로 쏟아지는 비가 등장한다. 그놈의 CSI도 간밤에 내린 소낙비앞에는 맥을 못추고; (난 너무 하나하나 집
착한 나머지, 한 쪽만 벗겨진 신발까지 마음에 담아뒀다. 뭐 하나 소홀히 넘길수가 있어야지 원... 아오 피곤해 ㅋ) 

허탈하게 돌아가는 엄마는 고물을 잔뜩 지고 가는 리어카에서 망가진 우산하나 무심코 꺼내고는 굳이 불러세워 돈을
준다. 그 옆으로 지나가는 변호사의 에쿠스;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경찰도 약자를 돕는다던 변호사도 그저 무능하다.
도준을 이용이나 하고 뻔뻔스레 엄마를 찾아와 위자료를 요구하며 '니가 나한테 어떻게 그럴수 있냐'고 겁을 주던
진태가 되려 엄마에게 힌트를 주고 힘을 주고 도움을 주고 추리를 하고 도준을 빼낼 방법을 제시해 준다. 진범찾기.
이 상황에서도 감독은 문을 열어둔다. 아무도 믿지마 나도 믿지마 다 필요없고 엄마가 직접 찾아... 진범을 찾아.

바로 조금전의 일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도준은 '저주받은 관자놀이'라는 명상법으로 기억을 해내곤 한다.
그 시기가 적절하지 않아 면회실에서 범인이나 목격자, 현장에서 본 무언가를 기억하라는 엄마 말에 벤츠 사이드
미러 부셔버린게 진태였다고 분해하고, 엄마가 다섯 살때 박하스 병에 농약넣어서 자신을 죽이려 했던 일을 기억
해 낸다거나, 감옥에서 내내 명상법을 하는 통에 결국엔 술에 취해 그 날 아정(죽은 여고생)이 뒤를 따라가면서 지나친 폐가안에서 얼핏 본 영감의 얼굴을 기억해낸다. (엄마가 우산을 살 때 난 그 할배가 범인이라고 생각했다. 당했다.
분하다. 아정이가 폐가안으로 들어갔을때 어떤 소리라도 자세히 들어보려 했다가 중요한 걸 놓쳐버렸다. 젠장)

봉감독이 인터뷰에서, 모성이란 숭고하고 본능적이고 아름답지만, 그 이면은 엄청난 집착과 광기어린 본능, 자신의
몸과 태초부터 연결된 아이에게 보이는 무한한 희생이 언제나 희망차고 긍정적이고 행복하지만은 않을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는 얘기를 했다. 모티브와 팩트는 억울한 누명을 쓴 사람의 가족이 끝없는 사랑으로 정의를 실현했지만
영화는 다르다. 도준은 엄마가 수없이 되새긴 한대 맞으면 두대 때리고 당하면 갚아주라는 말에 따라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바보'에 대한 응당의 행동을 한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그의 본능이라기보다는 누가 너에게 '바보'라고 
하면 가만있지 말고 갚아줘야해! 라고 주입한 엄마의 본능이 아닐까 생각도 든다. 도준은 언제나 한 박자 느리게 
바보에 대한 반응을 하기 때문이다. '바보' '바보?' '바보오?" -> 적절한 행동반응 혹은 복수.

진태의 조언으로 직접 진범을 찾아나선 엄마는 오밤중에도 현장에 가길 두려워하지 않고 온 동네에 직접 하나하나
사건을 처음부터 파헤치러 다닌다. 죽은 아정이는 부모없이 치매걸린 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가여운 소녀에 일명
'쌀떡녀'라 불리는 아이라는 사실이 더해진다. 아정이를 기억해내는 이웃여자와 아정이의 단짝 친구를 통해 알게
된 휴대폰에 담긴 어떤 진실. 전문가가 아닌 엄마가 온 몸으로 부딪혀 알아내는 사건의 진상들과 엄마의 재기는;
엄마는 강하다! 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다. 위협당하는 여자애를 구하는 장면, 진태를 이용해 아정의 남자친구들을
휘두르는 모습, (진태가 다른 진의없이 그 모습 그대로라면 진태놈은 진짜 경찰대를 갔어야 했는데.... )

저주받은 관자놀이와 휴대폰 덕택에 엄마는 고물상 노인한테까지 접근한다. 그러나 결국 맞닥뜨린 진실은
도준의 '바보'에 대한 '복수'의 결과. 돈이 없으면 쌀을 받고라도 성관계를 해주어야만 하는 아정이의 원조교제
생활은 아정을 자꾸만 벼랑으로 내모는 상황이었는데; 하필 그 날 맨하탄 딸래미때문에 더 흥분해버린 도준이
아정을 뒤따르며 '남자가 싫으냐'고 내뱉었고 아정은 도준에게 '바보새끼'라고 지껄인 것이다. 서로의 도화선.
(노인과 아정이 약속을 미리 했던건지; 어차피 지나가는 아정을 붙잡는 후 쌀을 주던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김없이 등장한 교복소녀 희생자. 그러나 죽은 아정의 강간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소나기가 온데다; 그녀는
알다시피 무차별 원조교제를 해왔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순수하고 순결한 피해자와 매우 다르다. 그런 아정
이 '변태폰'으로 찍어둔 엄청난 비밀 휴대폰으로 하려던 것은 무엇일까. 타락한 세상에 내던져진 아정은 치매
걸려 포악한 할머니를 보살피며 돈 대신 쌀을 받아 할머니 막걸리를 살지언정, 휴대폰으로 막걸리와 바꾸겠다
할지언정 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정은 그저 더러운 세상에 내몰렸지만 몰래 찍어둔 사진들이
그녀의 양심 혹은 자존심은 아니었을까; 하필 할머니가 아정의 휴대폰을 쌀포대 안에 넣어두다니 쌔하다..

감독은 진태에 이어, 도준의 기억에 급작스레 떠오른 고물상 노인을 관객에게 던져준다. 진실이 드러나기 전
누구의 시선인지 알 수 없는 카메라 워크, 도준의 기억에 처음 떠오른 노인의 표정, 엄마가 외딴 고물상으로
노인을 찾아갔을 때 그의 행동 등은 관객에게 온갖 상상을 하게 한다. 저 순박함 이면에 무언가 더 있을텐데..
본데로 이야기하는 할아버지에게 악을 쓰며 그럴리가 없다고 경찰은 도준이 진범이 아니라고 했다고 풀어주고
조사를 다시 하기로 했다는 엄마. 노인은 기껏 웬일로 제대로 잡은 범인을 어째 놓아주냐며 전화기를 들고
두려움에 휩싸인 엄마는 '살인'을 저지른다. 아들을 위한 또 한번의 살인, 처음은 실패했다. 약한 농약을 써서;
강한 모성애와 죄책감으로 아들에 집착한 엄마의 광기는 이렇게 살인으로 치달았다. 정신을 차린 엄마는 흘러
넘치는 피를 쓸어담고 닦아내다가 이내 무심한 표정으로 얼굴 한번 슥 닦고는 불을 지른다. 천천히, 꼼꼼히.

오프닝 엄마의 춤사위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그로테스크한 장엄한 분위기였던 이유는 여기에 있다.
처연하고 슬픔을 머금은 표정과 실룩이는 몸짓, 춤사위 이후에 어딘가를 바라보며 왼손을 앞섶에 집어넣는
엄마의 모습; 영화 오프닝에 엔딩을 가져다놓은거 아닌가싶었다. 무언가 결단을 내린 모습에...그러나 틀렸다.

불을 지르고 약재상에서 작두로 약재를 자르며 일하던 엄마에게 형사가 찾아온다. 엄마는 혼미해지는 정신에
관객도 따라 숨이 가빠지지만 경찰은 진범이 잡혔다는 소식을 전한다. 아정이의 행적을 찾아헤맬때 들었던 
종팔이란 이름. (동네 아이들은 아주 못-생긴 종팔이가 아정이의 남자친구라고 얘기하기도 하고 아니라고도
하고 기도원에 가 있는 종팔이가 어쩌고 하며 아정과 종팔의 관계에 대해 여러가지 얘기를 했었다.) 

엄마에게 도준이 사건은 끝났다며 자신은 절도 사건도 수사해야 하고, 저기 어떤 기도원 탈출한 놈도 잡아야 
한다던 형사가 마침 잡아야 했던 놈이 종팔이였고 종팔이에게서 아정의 혈흔이 발견됐고 종팔이는 아정이를
사랑한다고 하고; 살인 현장에서 발견된 도준이름이 써진 골프공에는 비할바가 안되는 증거가 나왔댄다.
(아정이 습관적으로 흘리는 코피지만 그냥 넘기면 안된다. 그것이 코피라도 흘린 골프공보단 강력한 증거
영화 초반에 주운 골프공을 여자에게 준다던 도준은 술집여자한텐 거절당했지만 아정에겐 공을 준거다.)

CSI가 널리 알려진 요즘에 대놓고 폭력수사를 할 수 없는 취조실의 '세팍타크로' 협박을 종팔이도 받았겠지.
(세팍타크로 형사를 보며 살인의 추억 '김뢰하'를 떠올린 건 나만이 아니겠지. 윤제문과 송새벽을 기억하자)
아주 못-생겼다던 종팔이는 진짜로 장애를 가진 아이였다. 엄마는 종팔이에게 너 엄마 있냐고 묻는다. 엄마.
엄마가 있어야 종팔이도 도준처럼 석방될 수 있다는 엄마의 희망어린 질문이었을까, 또 다른 죄책감일까.


음에 내가 '도준'이란 놈의 정체가 궁금하다고 했던거 기억하는가. 난 정말 궁금하다. 시간이 갈수록 심하다.

항시 엄마를 찾다가 엄마를 아주 귀찮아하다가 엄마한테 신경질을 내다가 엄마를 보고 베실베실 웃다가
노상방뇨를 하는 중에도 약을 먹이려는 엄마에게 순순히 약도 받아먹다가 이내 다시 엄마를 귀찮아한다.
이것이 원래는 도준이다. 언제든 엄마의 시야안에서, 수습가능한 범위내에서 사고치던 '바보' 도준.  
저주받은 관자놀이 덕분인지 다섯살때 일을 기억해내는 도준. 오열하던 엄마는 그 와중에도 그게 궁금하단다
(멈추지 않는 봉감독의 개그와 툭툭 튀어나오는 짜여진 오버, 극적인 대사, 과도한 액션. 그래요 오퐈는 천재<-)
한 눈을 가린 채 정확히 엄마를 응시하고 내던지는 도준의 잔인함. 다신 찾아오지 말라고 찾아와도 만나지
않겠다며 '침으로 찔러 죽이게?' ...도준은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기억하고 잊고 기억 못하고 잊은척 사는건가.

엄마든 누구든 사람말을 제대로 듣지 않던 도준은 어느새 멀쩡히 엄마와 대화를 하고, 엄마한테만 얘기하라는 
엄마말을 귀담아 듣고, 알지도 못하면서 그런다고 엄마를 타박한다. (면회실 장면은 영화의 백미다. 일렬로 
계속되는 면회실은 봉감독이 선호하는 구도; 약재상이나 골목길처럼 좁고 긴; 다른 틈이 없는 구도다.)
제대로 기억조차 못하던 술 취한 그 날 밤인데 무심코 스쳐가며 봤던 할아버지의 얼굴을 정확히 구별해낸다.
풀려나는 도준은 어느모로 보나, 전에 알던 도준이 분명 아니다. 그렇게 멀쩡히 걸어나와서 가방을 던지는 모습;
번지르르한 차를 몰고 나타난 진태에게 새 차 샀냐고 태연스레 물어본다. 순박한 모습 그대로지만 '바보'는 없다.

차밖으로 보이는 불타버린 고물상을 보자마자 곧바로 그 곳으로 가서 장난치는 진태와 술집 딸래미를 뒤로 하고
무언가를 찾는 도준. 과연 무엇을 찾는것일까. 집에 돌아온 도준에게 다시 백숙을 해 준 엄마.
(영화 초반에 똑같이 백숙을 해서 먹이는 엄마에게 도준은 짜증을 내면서 엄마가 찢어준 살코기를 내던져놓고 
다리를 뜯어먹는다. 도준에게 계속해서 말을 걸고 물을 떠와주고 악착같이 약을 들고 뛰어다니는 엄마) 
많이 먹으라는 엄마말에 도준은 열심히 먹는다. 반찬까지 꼭꼭 집어가며; 엄마와 자신이 마실 물까지 떠온다.
그리고 엄마에게 묻듯이 던지는 말은 종팔이가 왜 옥상에다 아정이를 데려다 놨을까 아마도 피가 많이 났으니까 
동네 사람들이 얼른 보고 병원에 데려가라고 그런거 같다 그런다. (진태가 엄마에게 사람 죽이면 땅에 묻어야 하는데
왜 보란듯이 동네에서 다 보이는 폐가 옥상에 멋지게 걸어놨을까 생각해보자 했을때처럼 등골이 송연해진다.)

그 날 집에 돌아온 도준은 베개를 가지고 엄마방에 건너와 엄마를 마주보고 엄마품에 손을 넣으며 함께 잠을 잤다.
모든 것이 끝난 후, 도준은 엄마에게 등을 돌리고 잠을 잔다. 도준의 등을 바라보고 가만히 누워있는 엄마;

한시라도 시야에서 놓치려 하지않던 도준을 두고 엄마는 동네 효도관광을 간다. 엄마를 위해 간식거리를 잔뜩 산 
도준은 거스름돈 확인까지 한다. 힘없이 웃는 엄마를 가만히 쳐다보던 도준은 엄마 무릎에 피묻은 침통을 내려
놓는다. 아무데나 잃어버리고 놓고 오지말라고 조용하고 담담히 얘기하는 도준이다. 
비명을 지르며 놀라 뛰쳐나가는 엄마. 흥분해서 여기저기 이성을 잃고 두리번대던 엄마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일행을 찾아내 애써 웃으며 버스에 오르고; 창문으로 엄마를 지켜보는 도준의 눈빛은 도통 알 수 가 없 다.

한바탕 춤판이 벌어진 관광버스 안,
홀로 멍하니 의자에 앉아있던 엄마는 영화 내내 그렇게 엄마가, 도준에게 이웃에게 고물상 노인에게 주구장창
어필하던 허벅지 몇 자 몇 치 혈에 있는 싫은 기억이나 가슴에 맺히고 속 아픈거 싹- 다 잊게 해 주는 엄마만이
알고있는 그 혈에다 침을 놓는다. 영화 중간에 농약박하스를 기억해낸 도준에게 엄마가 잊게 해준다고 침 맞자
고 하자 도준이 찔러죽이게? 말갛게 묻는데 놀라는 엄마의 얼굴이 다시 한번 뇌리에 스치면서 엄마의 자살을
관객은 얼핏 상상할 수 도 있다. 그러나 보란듯이 엄마는 스스로 침을 놓고 일어나, 흔들흔들 들썩이며 춤판에
끼어 덩실대기 시작한다. 덩실덩실~ 오프닝에 이어지는 엔딩의 롱테이크는 가히 처연함의 절정이다.

엄마. 한없이 약하고 희생적이고 강인한 그 이름, 본능과 집착, 광기가 불러온 母子의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

엔딩의 MATHER는 어느새, MURDER로 바뀌어 있다. 



- 역시 이 영화 한번 더 봐야겠다. 얼굴 위아래가 잘릴 정도로 사정없이 들이대는 클로즈업이 자꾸 떠올라;

- 감독판을 지금 당장 보고 싶다. 이 알 수 없이 찐덕한 기분을 어쩌란 말인가....

- 대체 예고편에 나온 장면이나 대사가 왜 없는건가; 지금 장난쳐? 모자 하나에 없어지는 원빈 얼굴은 덤인가 (..)

- 마스크 쓰니까 눈만 남는 원빈 얼굴이 그 와중에도 눈에 들어오더이다. 봉감독 군중씬은 아무리 순식간이라도

놓치면 안된다. 원빈의 옆모습이 자꾸만 생각난다. 말간 원빈과 알 수 없는 진구. 둘 다 참 눈빛이 묘했다. 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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